취업 준비하던 때를 떠올리며...
안녕하세요. 포도쓔입니다.
다들 토요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친구와 맥주 한 잔 마시고 왔습니다. 사실 조금 무리해서 두 잔이나 마시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번화가를 나가보니 사람이 많았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10시가 넘어도 집에 갈 생각이 없는지 거리를 서성이고 있더라구요.
예전과 달리 지금은 맥주 두 잔만 마셔도 알딸딸합니다. 술기운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조금 센치해지는밤입니다.
오늘 유퀴즈 유튜브중에 취업준비생 인터뷰한걸 우연히 봤습니다.
그 취준생 이야기를 보는데 안쓰럽고 예전의 제가 떠올라서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식도 못 갔습니다. 자존심 상해서요.
사실 누구보다 가고 싶었습니다. 근데 제 마음이 못나고 속이 좁아서 친구들과 제 졸업을 순수하게 축하할 수가 없더라구요. 취업 못한 절 안되게 볼 거 같고 자존심이 너무 상했습니다.
사실 취업이 안 되는 건 당연했습니다. 친구들이 학점 관리하고 스펙 쌓을 때, 학점관리도 소홀히 하고 방학 때는 돈 번다는 핑계로 스펙 관리도 안 했었습니다. 졸업을 앞둔 겨울 방학 때에는 같은 대기업을 쓴 친구는 합격하고 전 떨어졌는데 친구가 기뻐서 울더라구요. 친구가 나중에 너무 좋아했던 게 미안했는지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 친구가 잘돼서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실패한 거에 별 생각이 없었어요. 지나고서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그만큼 간절했더라구요. 합격을 확인하기 위해 로그인하는데 손을 덜덜 떨던 게 생각납니다.
저는 안일했었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컸던 거 같아요. 시간이 흐르고 주변에 동기들은 다 합격하고 거의 혼자 남게 되었을 때는 지난 과거를 너무 후회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자신 있게 취업 준비하던 19년 2월부터 6월까지라고 말할 겁니다.
제가 느낀 취준생은 그냥 죄인이었습니다. 저에게 취업 얘기를 꺼낸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만, 스스로 너무 큰 압박을 느끼며 불안정함에 힘들어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눈치 한번 주지 않고 모든걸 자율적으로 저에게 믿고 맡겼습니다. 오히려 제가 공부할 때면 배려한다고 티비도 켜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었는데 그 모습들이 저를 비참하고 기대, 배려에 부흥하지 못하는 못난 아들로 느끼게 만들었다고 당시에는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저희 이모가 대학생인 사촌동생 얘기를 하며 "내가 지원해줄 때 영어 학원이라도 다니면 되는데 왜 안 배우려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학원을 안 가는 사촌동생의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사촌동생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가 없지만 이모인 엄마의 돈을 쓰는 게 죄스러운 게 아닐까?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저였어도 취업은 못하고 있는데 학원까지 다니면서 가족의 돈을 쓴다는 선택은 못할 거 같아요.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학원을 다니는 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라면 그러한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생각해요.
다시 저의 얘기로 돌아오면 취준 할 때 자기소개서를 하루 종일 적고 제출하여도 돌아오는 건 불합격뿐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열심히 적은 원서이더라도 불합격인걸 당연히 느꼈고 불합격했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던 거 같아요. 아마 서류는 50장 쓰고 1차 합격은 2개? 정도였던 거 같아요. 처참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취업에 성공한 동기들에게 연락해서 자기소개서와 취업자료를 받았습니다. 다들 자료를 보내고 위로하면서 더 좋은 데 갈 거라고 했지만 도저히 성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다른 길이 없어서 계속 붙잡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대학 때 열심히 안 한 만큼 졸업 후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조금씩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서류는 여전히 아쉬웠지만, 면접은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고 자신 있었습니다.
열심히 쏟아부어서 그런가 나중에는 저도 결과를 확인을 할 때 손을 떨더라고요. 부지런히 노력한 끝에 대기업은 아니지만 괜찮은 중견기업에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오후 5시쯤이었고, 모두가 출근하고 혼자 있는 집안에서 최종 합격을 확인하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선 부모님께 전화해서 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은 저한테 고맙다고 하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쑥스러워요. 엄청 좋은 회사도 아니었고, 가족 앞에서 울었다는 게 조금 창피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난날의 노력을 보상받고 저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눈물이 났던 거 같아요.
현재는 이직에 성공하여 대학시절에 최종적으로 목표하던 회사에 재직 중에 있습니다. 이직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남들은 대학 때 따던 자격증을 일하면서 따려니 잠을 줄여가며 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성친구 만날 시간도 없었어요. 근데 제가 준비한 만큼 제 자신감을 올라가더라고요. 나중에는 지원 경쟁률도 의미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100명이 지원하든 1000명이 지원하든 저는 제가 여기서 제일 열심히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무뎌졌지만 그때의 간절함을 잃지 않고 항상 발전하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상담을 위해 연락이 옵니다. 연락이 오면 최대한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저에게 연락한다는 자체가 자존심 상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거니까요.
저는 운이 좋아 결과가 좋았지만 모든 취준생들이 저처럼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너무 갉아먹지는 마세요. 그래도 기간이 길어지지 않게 단기간에 최선을 다해주세요.
취준생분들에게 제가 조금 빨리 취업했다고 으스대면서 제 얘기가 진리인양 들이밀기는 싫습니다. 그냥... 너무 고생하고 힘든 걸 아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났으면 해서 오늘 글을 써봤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고생하는 모든 분들의 건투를 빌고 준비하시는 일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